보험을 몇 개 갖고 있는지는 대체로 압니다. 그런데 그 계약들을 다 더했을 때 암 진단비 총액이 얼마인지, 간병인 사용일당이 얼마인지 정확히 답하는 사람은 드뭅니다. 증권은 계약 단위로 따로 존재하기 때문에, 담보별 합계는 누구도 계산해서 보여주지 않습니다.
왜 계약 단위로 보면 안 되는가
보험 증권은 계약 하나하나가 독립된 문서입니다. A보험사 종신보험, B보험사 실손보험, C보험사 암보험이 각각 따로 존재하고, 각 증권에는 그 계약이 보장하는 항목과 금액만 적혀 있습니다. 문제는 여러 계약에 걸쳐 같은 담보가 겹쳐 있어도, 그 총합은 어떤 증권에도 나타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상담하다 보면 사망보장은 여러 계약에 겹쳐 있는데, 정작 간병·수술처럼 지금 쓰이는 보장은 비어 있는 분이 많습니다. 계약 단위로만 보면 이런 불균형이 보이지 않습니다. 담보 단위로 펼쳐서 합산해야만 어디가 겹쳤고 어디가 비었는지 드러납니다. 이것이 리모델링의 본질이고, 리모델링이 승환(기존 계약을 없애고 새 계약을 청약하는 것)과 다른 이유입니다. 리모델링은 정리·재설계·유지·신규 중 무엇이 맞는지 담보별로 판단하는 작업이며, 어느 한쪽으로 미리 기울지 않습니다.
담보를 합산해보면 이런 게 보인다
아래 금액은 실제 계약이 아니라 이해를 돕기 위한 예시금액입니다. 상담에서 관찰되는 구조를 익명으로 재구성했으며, 실제 계약 수·항목·금액은 사람마다 다릅니다.
| 담보 항목 | 계약 A | 계약 B | 계약 C | 합계 |
|---|---|---|---|---|
| 질병사망 | 5,000만원 | 4,740만원 | 5,000만원 | 1억 4,740만원 |
| 상해사망 | 1억원 | 5,740만원 | 5,000만원 | 2억 740만원 |
| 간병인 사용일당 | - | 14만원 | - | 14만원 |
| 질병수술비 | - | - | - | 0원 |
이 표에서 눈에 띄는 것은 두 가지입니다. 사망보장은 세 계약에 걸쳐 3억 5,000만원 넘게 쌓여 있는데, 정작 지금 쓰일 가능성이 높은 질병수술비는 어느 계약에도 없습니다. 이 합계 숫자는 어느 증권에도 적혀 있지 않습니다. 증권을 전부 꺼내 담보별로 더해봐야만 나옵니다.
아래 두 조정 사례의 금액 역시 실제 계약이 아닌 예시금액입니다. 담보를 합산해 정리한 사례에서는, 계약 10건에서 질병사망 1억 4,740만원이 다섯 개 계약에 흩어져 있던 것을 조정하고, 상해사망을 2억 740만원에서 1억원으로 감액하는 대신 간병인 사용일당을 14만원에서 20만원으로, 간호간병 통합서비스와 질병수술비, 특정질병수술비를 새로 채워 넣은 경우가 있었습니다. 월 보험료는 505,921원에서 473,983원으로 조정됐습니다. 반대로 운전자보험이 세 개 겹쳐 있으면서 항암치료비는 0원이었던 계약 8건을 정리한 사례에서는, 유사암·표적항암치료비·항암 방사선치료비·심장질환진단비를 새로 채우면서 월 보험료가 405,026원에서 465,442원으로 늘어난 경우도 있었습니다. 결과는 줄기도 하고 늘기도 합니다. 무엇이 맞는지는 계약 구조와 개인 상황에 따라 다릅니다.
무·저해지환급금 상품은 별도로 봐야 한다
최근 보장성보험 중에는 보험료가 낮은 대신, 납입 기간 중 해지하면 환급금이 전혀 없거나 일반 상품보다 적은 무(저)해지환급금 상품이 있습니다. 보험료가 싼 이유는 해지환급금을 포기하는 구조이기 때문입니다.
이 구조는 끝까지 유지한다는 전제에서는 유리할 수 있지만, 중도에 해지하면 납입한 보험료를 거의 돌려받지 못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이런 상품을 점검할 때는 저렴한 보험료만 볼 것이 아니라, 향후 예상 소득으로 납입을 완료할 수 있는지, 상품 안내장의 해지환급금 추이가 어떤지를 함께 봐야 합니다. 목돈이나 노후자금 마련이 목적이라면 이런 보장성 상품이 아니라 저축성보험·연금보험이 본래 취지에 맞습니다.
예정이율이 다른 계약을 섞어서 판단하면 안 된다
오래된 계약일수록 예정이율(보험회사가 보험료를 계산할 때 미리 적용하는 예상 수익률)이 높게 설정된 경우가 있습니다. 예정이율이 높으면 같은 보장이라도 보험료가 낮게 책정됩니다.
이 때문에 오래된 계약을 해지하고 새 계약으로 옮기면, 같은 보장을 더 비싼 값에 다시 사는 결과가 될 수 있습니다. 이것이 승환을 신중하게 판단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담보가 비어 있다고 무조건 새로 채우거나, 담보가 겹친다고 무조건 해지하는 것이 아니라, 그 계약의 예정이율과 유지 기간, 남은 납입 기간까지 함께 봐야 합니다.
스스로 점검할 수 있는 7가지 항목
체크리스트는 답을 정해주는 도구가 아니라, 무엇과 무엇을 동시에 봐야 하는지를 드러내는 도구입니다.
- 보유한 모든 계약의 증권을 한자리에 모았는가
- 사망·진단·수술·입원·간병 등 담보 항목별로 금액을 합산했는가
- 같은 담보가 몇 개 계약에 겹쳐 있는지 확인했는가
- 지금 시점에 실제로 쓰일 가능성이 높은 담보(수술비·진단비 등)가 비어 있지 않은가
- 무·저해지환급금 상품이 섞여 있다면 해지환급금 추이를 확인했는가
- 오래된 계약의 예정이율이 지금보다 높은지 낮은지 확인했는가
- 갱신형과 비갱신형이 섞여 있다면 각각의 갱신 시점과 예상 인상 폭을 파악했는가
7번 항목은 특히 판단이 갈리는 지점입니다. 갱신형은 초기 보험료가 낮지만 갱신마다 오르고, 비갱신형은 초기 부담이 크지만 고정됩니다. 어느 쪽이 유리한지는 연령, 남은 납입 기간, 총 납입액, 납입 여력, 건강 상태, 기존 계약 구조를 동시에 놓고 봐야 결정되는 문제이며, 이 글에서 일반화된 결론을 내리지는 않습니다.
그래서 내 보험은 어떤가
위 7가지를 체크해보면 대부분 두 가지 감정 중 하나를 느낍니다. 담보가 겹쳐 있다는 것을 알았거나, 정작 필요한 담보가 비어 있다는 것을 알았거나입니다. 어느 쪽이든 이 시점에서 확인한 것은 '문제가 있다'는 사실이 아니라 '판단이 필요한 지점이 있다'는 사실입니다.
체크리스트는 여기서 멈춥니다. 실제 담보 금액을 합산해 계약별로 대조하고, 예정이율과 해지환급금 구조까지 함께 판단하는 것은 증권을 손에 들고 하나씩 대조하는 작업이 필요합니다.
신순주 지사장의 한 줄 조언
상담을 하다 보면 증권을 여러 장 들고 오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본인도 몇 개를 가입했는지는 알지만, 그 계약들을 담보별로 합산해서 본 적은 없다고 말씀하시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사망보장은 세 계약, 네 계약에 걸쳐 쌓여 있는데 수술비나 간병 관련 담보는 하나도 없는 경우를 자주 봅니다. 반대로 운전자보험처럼 익숙한 담보만 두세 개씩 겹쳐 있고 항암치료비 같은 큰 위험은 비어 있는 경우도 있습니다. 체크리스트로 맹점을 확인하셨다면, 그다음은 실제 숫자로 대조해보는 것을 권합니다.
